설날, 그리고 엄마의 선택
임신 7개월 차였던 작년 설날, 나는 엄마와 거리 두는 중이었다. 엄마가 설날 계획을 물었고, 나는 **"배가 너무 커져서 장거리 이동이 어려우니 집에 있을 거야."**라고 말했다. 엄마도 **"알겠다."**고 했다.
그러고 나서 엄마는 이렇게 말했다.
"나는 제주도에 친구들이랑 골프 치러 갈 거야."
그 순간 마음이 복잡했다. 나는 몸이 무거워서 이동조차 힘든데, 엄마는 빚도 많은 상황에서 제주도에 가서 골프를 친다니. 게다가 엄마는 형제들과 같은 아파트에 살면서도 사이가 틀어져서 함께 명절을 보내지도 않았다.
엄마는 나와 거리 두고 있다는 걸 알고 있지만, 그게 단순한 감정 싸움 때문이 아니라 엄마의 행동이 나를 너무 힘들게 했기 때문이라는 걸 모르는 것 같았다.
친척의 압박
설날이 되어 친척에게 안부 전화를 드렸다. 그런데 친척이 뜻밖의 말을 했다.
"엄마한테 잘해라. 엄마한테 전화는 드렸냐?"
나는 순간 당황했다.
내가 엄마와 거리 두고 있는 이유도 모른 채, 무조건 ‘엄마한테 잘하라’는 말만 반복하는 친척.
하지만 나는 이미 설날에 엄마에게 전화도 드렸고, 남편과 함께 우리가 할 수 있는 만큼 용돈도 드렸다. 그런데도 엄마는 전화에서 이렇게 말했다.
"나는 내 할 도리를 할 테니까, 출산할 때 아빠 데리고 너 보러 갈게. 너도 네 할 도리를 해라."
엄마의 말에서 느껴진 건, 마치 내가 엄마에게 잘못한 사람이라는 뉘앙스.
그리고 친척들도 내 사정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엄마의 말만 듣고 나를 비난했다.
그 순간 깨달았다.
이 사람들은 내 감정을 이해할 생각이 없다.
엄마와 관련된 사람들과 엮이면, 결국 또 같은 방식으로 상처받을 뿐이다.
결론: 관계 정리
이제 나는 결심했다.
엄마뿐만 아니라, 나의 상황을 이해하지 않는 친척들과도 거리를 두기로.
그동안 엄마와의 관계 속에서 충분히 힘들었고, 이제는 더 이상 그 힘듦을 감당할 이유가 없다.
나에게 중요한 것은 나의 가정, 나의 아이, 그리고 나를 존중해주는 관계들이다.
엄마는 여전히 자기 하고 싶은 대로 살면서, 내게는 ‘할 도리’를 강요한다.
친척들은 나의 입장은 생각하지 않은 채, 엄마 편에서 ‘잘하라’고 한다.
이제는 더 이상 그런 관계에서 상처받고 싶지 않다.
내 삶을 지키기 위해, 나를 힘들게 하는 사람들과는 거리를 두고 살기로 했다.